恒溫
음식점 인테리어 디자인
Restaurant Interior Design


우리는 고기를 '굽는'다. 가족과의 단란한 외식으로, 혹은 긴 하루를 보상받으려, 또는 누군가의 특별한 행운을 기념하기 위해, 아니면 오랜만의 친구를 만나 추억을 나누고 싶을 때에 우리는 고기를 '굽는'다. 단순히 식사를 함께하는 것과는 다른
이 특별한 행위에서 고깃집은 여타 식당과 달리 원초적이다. 어둠 속에 직접 불을 마주한다는 것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어릴 적부터 우리는 oo가든에서 계곡의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매캐한 숯냄새를 맡기도 했고 마당에 펴진 평상에서 지글지글 소리로 유혹하는 삼겹살의 맛을 보기도 했다. 고기가 주는 위로는 어찌나 대단한 지,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라고도 한다. 우리는 도시에서도 어둑해진 밤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원초적인 온기로 나를 초대(유혹)하는 고깃집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고기를 굽는 것에 그렇게 큰 의미를 담아야 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온기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와인바, 브런치카페, 공간대여를 해온 친구들에게 고깃집을 연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으리라 생각됐다.
'요식업을 한다면 숟가락을 쓰는 식당을 해봐야 한다'는 클라이언트의 포부에서 그 의미가 시작되었다.

골목:
차가 통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점점 좁아지는 이면골목에 면한 부지였지만 길을 잘 아는 지역주민들의 통행은
생각보다 많았다. 입점할 건물의 1층은 골목에 장방향으로 길게 면하였고 맞은 편에는 기울어진 샌드위치 판넬
담장이 아찔하게 서있어 시선이 잘 가지 않았다. 골목은 중심 상업가로와 이어지지만 그 전까지 불을 밝히는
가게의 수는 적었다. 또, 가로를 이루는 건물들도 긴 시간 원형을 알기 어렵게 수선되어 어지러운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같은 건물 위아래층에서 와인바와 공간임대를 운영하며 드디어 1층을 점유하게 되었다는 친구들의 활기를 생각하면, 비로소 1층에 가게를 오픈한 뒤 골목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경계:
우리는 건물의 외관을 단순하게 정리하며 내부는 환하게 드러내어 고깃집만의 온기가 밖으로 스며나오길 바랬다.
3 BAY 대칭의 정갈한 입면은 담백하고 어둡게 처리하여 골목의 배경이 되고 내부 홀의 바탕이 되는 묵직한 그린마블 대리석으로 시선을 이끈다. 대리석에 가늘고 길게 열린 틈은 주방으로 열려 시선을 연장하며, 무거움을 덜어낸다.
기존 건물과 골목길의 단차를 이용한 벤치와 내부를 향한 스테인리스 낮은 천장은 경계의 두께를 만들어 누구나 편안하게
몸을 기댈 수 있게 했다.
홀은 반 외부와 같은 감각에서 불에 의존한 채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팬던트 조명이 불판의 중앙에 떨어지며
테이블을 은은하게 밝히고, 불빛은 대리석과 금속천장에 맺힌다. 가구는 어둡고 조용히 존재를 숨기고, 테이블과 천장,
그리고 3면으로 난 유리창에 시선이 머문다.
테이블을 받치는 아연도 강관, 스테인리스스틸 천장, 거친 미장 기둥, 콩자갈 바닥, 체크플레이트.
서로 다른 재료의 질감이 모여, 익숙하면서도 낯선 야외의 감각을 주었으면 했다.

설계
위치
용도
규모
시공
사진
박민정, 김태환, 이동민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일반음식점
지상1층, 약 67㎡
스튜디오라로
이택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