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당리 단독주택 신축
위치
용도
대지면적
건축면적
연면적
규모
구조
준공
사진
경기도 이천시 율면 고당리
단독주택
516 ㎡
95.52 ㎡
90.99 ㎡
지상1층
목구조
2024
노경
부모님 집에 끼어들기
은퇴 후 귀향하여 노부모님 옆에 살 집을 마련하기로 한 60대 부부 건축주는 농촌의 현실적이고 거친 풍경을 직면했다. 너른 평야를 논에 양보한 농가들은 자유분방한 형태의 경계를 이루며 경사지로 밀려나있다. 물러난 자리에서도 집 터는 부지런한 할머니의 손에 남는 땅 없이 알뜰하게 쓰인다. 농기구창고, 수돗가, 장독대, 빨랫줄은 기본 세팅이며 조금이라도 빈 땅은 여지없이 작물이 심어진다.
집에 모자란 것은 얼마든지 덧대어진다. 비를 피할 창고가 더 필요하면 판넬이 얹어지고, 이웃이 삼삼오오 모이면 작업대이자 사랑방인 너른 평상이 붙여진다.
계획은 60년대 지어진 마당을 둘러싼 본채-행랑채-창고 구성의 전형적인 농가주택에 행랑채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귀촌할 집을 짓는 것으로 시작했다. 본래 한 가족이더라도 노부모님의 손 때로 긴 세월 닦여온 공간에 끼어드는 것이므로 모든 선택은 사려깊어질 수 밖에 없다. 모든 땅이 누군가의 생활이며 과거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 터의 가장이 될 부부의 삶의 방식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아내는 흙이 있으면 꽃을 심으려하고, 어머니는 콩을 심으려 한다"는 건축주의 말에서 고민이 느껴졌다.
자라나는 농촌의 주택
계획의 단초는 "농가의 방식대로"였다. 농촌의 건축은 최소의 땅에 집을 얹고, 덧대기를 통해 끊임없이 환경을 점유해가는 것이다. 처마는 햇빛과 비를 막아주고 기단은 물에 젖은 흙으로부터 발을 보호한다. 단단한 벽은 거친 농기구가 쉴 곳이다. 우리는 덧대어진 것들을 단순한 덩어리로 정리하여 소박하지만 단단하게 집을 구성했다. 콘크리트 기단과 벽돌 벽, 금속 지붕을 적층하되 내외부공간의 성격과 환경적 조건에 맞추어 어긋나게 배치하였다.
건물의 축은 기존 남동향 배치에서 전면 도로와 평행하게 맞추며 좀 더 남측의 채광을 적극 받아들이도록 했다. 이는 노 부모님과의 적정한 거리를 설정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축을 돌리면서 건물이 기존 경사진 텃밭에 올라타게 되었는데, 노부모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어 가능한 단차를 줄여야 했다. 2m 높이의 콘크리트 옹벽은 자연스레 콘크리트 하부 기단과 동일한 재료로 구성되며 집을 보호하는 역할을 함께하게 되었다.
기존의 계획은 각 실을 통하며 한바퀴 돌 수 있는 ㅁ자 구성이었는데 공사비를 절감하는 과정에 북측 방이 통으로 사라지면서 ㄱ자로 파였는데, 그 자리는 좀 더 사적인 뒷마당이 되었다. 건축주는 개인적으로 점유가 가능해진 이 외부공간을 오히려 반겼다. 계획 과정 또한 농가처럼 자라나고 불가피하면 잘라내며 성장해가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ㄱ자로 변한 평면에 원 계획대로의 ㅁ자 지붕을 남쪽으로 치우쳐 얹어 깊은 처마가 생겨나도록 했다.
마을과의 접점인 서측은 어긋나게 적층된 집의 형태가 한 눈에 보이게 만들고, 외부 공간은 경사진 자연을 집 앞으로 끌어들여 적절히 옆집과 차폐하면서 동시에 찾아오는 손님은 환대하는 공간으로 배치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부부가 농가의 자연환경에 편안하게 적응하며, 기존의 생활방식을 이어나갈 수 있는 집이 됐으면 했다.
은퇴 후의 삶, 조절이 가능한 집
집을 앉히며 분리된 주변 외부공간이 자연스럽게 내부공간의 질서가 되었다. 작은 집이지만 외부공간 질서에 따라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확실하게 구분했다. 외부인이 드나드는 남서측으로 붙은 공적 공간인 거실과 작은 방은 노부모님 댁과의 공유된 마당을 향해 열리고, 사적 공간인 안방은 안쪽으로 숨겼다. 자연스레 안방과 거실은 작은 방을 두고 긴 거리감을 갖게 되는데, 은퇴 후 늘 매일 매시간을 함께 붙어있을 부부에게도 각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떨어져있는 공간이지는 않다. 박공 지붕과 평행하게 뻗은 복도는 거실-다이닝의 큰 창과 안방의 작은 창을 연결해, 내밀한 곳까지 꽃과 나무를 집으로 들인다. 같은 방식으로, 현관과 서재를 같은 축에 두고 유리 시스템도어로 안마당에서부터 바깥마당까지 연속시켰다. 두 마당은 서로 연결되면서 동시에 작은 공간들의 배경이 된다.
은퇴 후의 집들은 의례 자식과 손님을 위한 여분의 방을 갖게되는데, 새 집들은 한정된 면적임에도 이 방의 활용 빈도는 떨어지게 된다. 이 작은 방을 방이지만 거실의 확장으로 분류하고 집 속의 집으로 만들어 작지만 커보이는 공간감 만들었다. 내부에도 거실과 연결되는 들창을 만들어 손님이 없는 평상시에는 마치 내부의 평상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했다.
진짜 시골집
사용승인을 받기 전부터 새로운 환경에 정착할 건축주의 마음은 분주했다. 건축가의 손에서 떠나갈 시골의 집은 여전히 태양광, 마을에 곧 들어올 도시가스, 모자란 창고 등 덧대어나갈 것이 한가득이다. 모처럼의 폭설에는 눈을 쓸어내느라 여념이 없으시고 찾아올 봄에는 공사 내내 그려온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기 위해 분주하실 것이다. 생각외로 바쁜 삶에 툴툴대지만 내심 원하는 삶에 다가가는 모습이 비친다. 착수할 때의 생각의 단초처럼 우리가 지은 풋내기 시골집이 자유분방히 덧대고 자라나 어엿한 진짜 시골집이 될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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